2020년, 청소년의 문화
최상진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2020년, 청소년의 문화:가치관
I. 전통과 현대의 틈새세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창작의 고통에서 헤어나고 싶다.` `그동안 어른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은퇴의 변을 남긴 것과 은퇴식의 장소로 성균관을 택한 것은 현대의 사회상과 신세대의 의식을 구상화하는데 편린적 단서가 된다.
'창작의 고달픔'이란 표현속에는 선형적 변화와 패턴화된 변동의 방향과 수단을 넘어선 카오스적 무질서 속의 자기 정체성 재구성이라는 즉, 끊임없는 자기변신의 고통을 함축한다. 이러한 불확정성 사회문화 속에서 무엇이든 선 해야하고, 선택에 따른 자기조절의 사이클이 채 완료되기도 전에 또 다른 변신을 요구하는 새로운 요구질서가 출현하는 것이 탈 현대사회의 구조적 메카니즘이요, 개인에 대한 요구이다.
에드가 모랭의 표현을 빌면 이것은 창조와 무질서이며, Giddens의 표현을 빌면 의심(doubt)과 모험(risk)의 세계이다. 확신(trust)이 없는 상태에서 모험을 취택하고 인생을 걸어야하는 것이 오늘의 청소년이며 서태지이다.
그러나 서태지도 `어른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남김으로써 한국문화의 `착한아이' 라는 자의식을 뛰어넘지 못하는 전통문화 규범속의 신세대임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서태지를 놓고 한국의 청소년 문화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비판을 가했던 전통문화의 숭배자들까지도 은퇴의 변을 듣고 용서와 더불어 연민의 정까지 느끼는 아이러니적 경험을 스스로 의아해하고 있다.
`서태지 신드롬`이라는 신세대 캐릭터 창출에서부터 신세대 문화의 대변자 로까지 부상(서태지와 관련된 책으로 [서태지를 읽으면 문화가 보인다],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꾸며], [서태지와 꽃다지] 등)한 서태지의 노랫가사 자체도 한번 뒤집어보면 지극히 한국적이다. '발해를 꿈꾸며'는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자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대국향수에 심정적 뿌리를 두고 있으며, 'Come - Back Home`은 한국인의 전통적 가족 귀속의식과 가족-고향의식에 정서적 뿌리를 두고 있다. '환상속의 그대'는 오히려 흔히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신세대`의 현실주의, 실물주의, 상업주의와 상반되는 심리표상으로서 50년대의 플라토닉 러브와 감성적 색깔을 같이 하고 있다. 50년대의 사랑은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랑이 아니라 환상속의 사랑이었으며, '그대'라는 어휘 자체도 그 당시에 유행했던 말이었다. '난 알아요` `교실 이데아' 는 바로 오늘의 청소년들이 느끼며 생각하는 억압속의 자기 표출을 대변하는 것으로써 소수의 불량, 또는 부적응, 청소년의 병적인 의식구조라기보다 보편화된 청소년문화를 목소리낸 것에 불과하다. 그러면 왜 어른들은 서태지를 문화적 이단자로 또는 신세대 문화의 창조자로 비판, 찬양했던가?
우선 서태지 신드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적 및 대중심리에 있어서의 패러다임적 변화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요즘 파괴라는 말 또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파괴는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정에서는 남편파괴가, 직장에서는 권위질서 파괴가, 사회에서는 남존여비 및 학력 파괴가, 공장에서는 대랑생산체제의 파괴가, 이밖에도 가격파괴, 연령파괴 등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질서파괴적 변혁에 대해 전통주의자들은 이를 사회해체 징후로 간주하여 우려의 목소리와 더불어 점진적 변화를 주창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적 시각과는 관계없이 심지어는 정부나 사회기관의 사회통제 정책이나 활동과도 무관하게 오늘의 한국사회는 자기 내적 변동 메카니즘에 의해 자동적으로 구질서의 파괴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토플러의 표현을 빌면 제 2의 물결을 제 3의 물결이 덮치고 있으며, 제 3의 물결은 단발적 파도가 아닌 연속성 파도가 끊임없이 엎치고 덮치는 변화 자체의 자동적 체제화가 현대사회 변동의 양태이다. 서태지 신드롬의 특징은 전통고수에서 전통파괴로, 규범질서에서 탈규범 질서로의 변동을 말하며, 보다 협의로는 언어적 의사소통에서 비언어적(몸짓, 표정, 의상, 목소리, 영상 및 음악) 감성전달로, 이성적 의사소통에서 감성적 의사소통으로 파괴적 변화를 시청자들에게 체험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태지의 노랫가사를 제대로 듣기란 거의 불가능한 소음상황에서 청소년들은 심지어 어른들까지도 마치 구체적 메세지를 전달받는 것과 같은 감성적 체험을 실감한다. 이미 서태지는 '환상속의 그대'이다. 이러한 '환상속의 그대'에 대한 반응이 서태지 신드롬이며 이에 대한 해석은 '악마와 선구자'로 양분된다. 그러나 사회통제에 관심을 둔 일부 지식인의 그것도 성인 지식인의 성찰적 판단이지 청소년 자신들의 서태지 체험 그 자체는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체험 그 자체이지 체험에 대한 회고적 재구성은 아니다.
서태지와 관련하여 세상사람들이 의아했던 것은 그들이 성균관에서 은퇴식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들은 서로 상반되는 몸짓을 해 보인 것이다. 이와같은 신.구 '질서의 공존은 전통적 시각에서 보면 모순일 수 있다. 그러나 탈현대화사회, 정보화사회, 지구화사회에서는 헤겔식의 변증법적 조화를 특성으로 한다는 시각(Giddens, 1991)에서 보면 서태지의 성균관 은퇴식은 오늘날 한국 청소년의 심리구조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시사는 오늘의 청소년들이 자기연출 또는 자기표현성향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신세대의 자기표현은 억제나 은폐에 관습화된 기성세대에게 당혹과 당황감을 조성하며 혐오감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기성세대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는 그들의 자기표현은 기성세대의 남을 의식해서 하는 타인지향적 자기 연출 또는 자기 표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에게 자신을 확인시키기 위해 자기를 표출하는 자기지향적인 자기 표출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확인하는 것을 중요시하게된 배경에는 연쇄적으로 밀려오는 변화요구의 파도속에서 그것도 방향과 목적성이 불투명한 불확정성 속의 복잡한 사회구조에서 안정된 자기 정체감을 실체화하고 실감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규정하고, 자기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이는 마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시 최명석등이 잔해속에서 구출되자 마자 첫 번째 질문으로 “며칠이 지났느냐?”고 묻는 심리와 동일하다. 이들은 시간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잃었기 때문에 그 밖의 다른 사상에 대한 판단의 준거를 잃은 셈이다.
오늘날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것이며, 또 어떤 결과를 낳으며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에 대한 준거를 잃은 상태에서 살고 있으며, 이것은 곧 탈현대화 사회의 내재적 속성이기도 하다.
최명석, 유지환, 박승현 등이 구출된 직후에 한 인터뷰에서 응답한 내용은 오늘날 청소년의 신.구 이중적인 심리를 생생하게 노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극한 상황에서 구출된 직후에 한 인터뷰라는 점에서 사회나 타인을 의식한 의식적 조작은 충분히 배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발가벗은 오늘의 청소년을 본 것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어머니’를 찾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까지 어머니에 대한 at tachment를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내가 죽으면 엄마나 할머니가 얼마나 슬퍼하실까”, “제대로 효도 한 번 못했는데 너무 억울하다.” 이는 전통적 한국 청소년의 심성, 그 자체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들은 소위 신세대의 행동특성도 여실히 나타내 보였다. 그들은 불확실성의 상황속에서도 정서적 안정감을 비교적 잘 유지할 수 있었으며 그속에서 그들은 죽음, 저승, 삶 등과 같은 기본적 인생의 문제에 대한 복잡한 형이상학적 사고를 하기보다는 비교적 단순한 감성적 사고(즉, 커피, 콜라가 마시고 싶다거나, 애인이 보고 싶다거나 등)를 통해 정신력의 소모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 결과(필자가 강남 성모병왼 임상 심리학자와 같이 행한), 연구자들에게는 실망스럽게도(?) 어떠한 영적인 경험도 하지 않았다는 보고이며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죽음에 직면한 상활에서까지도 낙관적인 판단과 행둥을 해 보였다는 점이다. 요즘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이들의 행동을 한편 의아해 하면서 그들의 시각에서 의지, 지혜, 용기, 침착함 등과 같은 전통적 정적 가치를 이들의 행동의 해석에 사용하고 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전통사회와 현대사회의 틈새에 살고 있는 '틈새 세대' 이다. 따라서 이들은 전통가치와 현대가치를 공유한다. 기성세대의 시각에서는 이를 자기모순으로 보고, 정신의학적 시각에서는 분열성 인격형이다.
지금 우리가 조망하고자 하는 청소년은 앞으로 25년후의 청소년이다. 오늘의 청소년과 25년후의 청소년의 비교를 하기전에 지금부터 25년전인 1972년의 청소년과 오늘의 청소년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를, 당시의 문화-사회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과거를 회상해 보는 일은 미래판단의 단서로서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고 독자의 상상에 말기기로 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오늘날의 사회-문화 변동의 속도는 과거와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빠를 것이며, 그 변화의 형태는 양적인 변화의 차원을 넘은 질적인 변화와 생활전반의 총체적인 변화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면 왜 미래의 변화는 과거와 다를 것인가에 대해서 정보화사회 및 뉴미디어 사회의 특성과 관련하여 논해 보기로 한다.
II. 과학기술의 발전이 문화와 인간에게 요구하는 변화와 제공하는 기회
21세기를 '탈산업사회'로 규정한 Riesman, Daniel Bell이나 '제 3의 물결' 로 규정한 Toffler등을 포함한 문명학자들은 한결갈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생활전반에 걸쳐 혼란을 야기할만한 구조적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관련하여 21세기에는 20세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어떤 면에서는 연속성이 없어보이는 것 같은 혁명적 변화를 나타낼 것이며 이러한 혁명이 물질.정신.사회.문화계에 미치는 영향은 진화론적 연장이나 확대가 아닌 구조적 재편성을 요구하고 수반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정치자가 의회의 결정보다 더 큰시대가 이미 도래하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정보화 사회, 뉴미디어 혁명, 유전자합성, 정보고속도로 등과 같은 21세기 문명의 key concept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으며, 컴맹은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구호마저 만연되고 있다. 이러한 과학 기술의 변화는 생명의 의미, 시간의 길이, 공간의 크기, 필요한 지식의 내용, 정치의 방식, 상업거래의 형태, 놀이의 성격, 부부의 의미, 자식의 위치, 도서관의 개념, 생산과 노동의 방식, 전쟁의 개념, 정부의 기능, 자원의 성격 등을 본질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문화적 변동은 인간의 성격 및 가치관을 비롯한 심성체계를 크게 변질시킬 가능성이 있다.
현대 과학기술문명이 가져온 가장 큰 혁명의 하나는 시간과 공간을 분리시키고 있다는 점이다(Giddens, 1991). 지금까지는 일반인의 생활과 관련하여 시간과 공간은 동시에 공존하는 이질통합체였다. 지금 여기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면 공간적 이동과 더불어 몇시에 도착한다는 시간적 흐름이 불가분의 관계로 공변하였다. 그러나 지금 개발되고 있는 전자화폐의 시대에서는 공간의 이동없이 송금할 수 있으며, 멀티미디어의 발달은 시공을 초월한 양방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하고 있다. 이와같은 시공간 개념의 분리는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을 생활하는 방식에 코페르니쿠스적 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과학 및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생활양식의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임희섭 교수와 김문조 교수의 발표에서 보다 상세화 될 것이므로, 여기서는 이러한 변화가 청소년의 의식구조 및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비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 국한시키고자 한다.
청소년의 의식구조와 가치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다음장에서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사회문화구조와 인간의 심성이 상호작용하는 양식에 대한 개념적으로 고찰한다.
심리-사회적 Hmeostasis
개인의 심리계와 사회계(경제, 직업, 과학, 기술의 구조)는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의 관계에서 상호의존적이며 동시에 상호작용적이다. 사회의 변화는 개인심리 차원에서의 적응적 자기조절을 요구하고, 동시에 개인의 심리적 변화(예컨대 욕구와 가치관 등)는 사회구조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완만한 과거의 전통사회에서는 개인과 사회간의 상호조정과 조절이 비교적 소폭으로 이루어지면서, 개인-사회 Homeostasis를 안정된 형태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통사회의 Homeostasis는 산업사회로의 전환과 더불어 와해되었고, 다시 산업사회의 특성인 대량생산, 표준화, 전문화, 동시화, 집중화, 최대화라는 산업사회적 생산문법에 따라 생활문화와 인격의 재구성이 일어났다. 이제는 정보화 사회가 도래함으로써 산업사회형 생활양식과 심리구조가 더 이상 적합성을 가질 수 없는 시스템으로 전락하고 있다(Toffler, 1980).
그러나 Toffler가 말한 것처럼 아직은 과거의 산업사회적 생활문화 심리적코드를 대치할 정보화 사회화 생활문화-심리코드가 아직 안정된 형태로 현실화 되지 않은 상태에 있으며, 따라서 현대는 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의 전환기적 공존시대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세대갈등의 문제도 본질적으로는 이러한 전환의 속도에 있어서의 세대간 격차, 또는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에서 늦은 변신을 보여주는 성인층의 문화-심리지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해 블 수 있다.
그러나 기성인들의 눈에서 볼 때 비정상적인 현상, 사건, 행동들이 도처에서 동시 또는 연계적으로 빈발성을 가지고 나타나게 될 때 기성인들이 이러한 일들을 비정상이라고 치부한 상태에서 자기자신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사회현상과 개인 심리간의 이러한 불균형은 불가피하게 개인의 의식변화를 요구하며 이러한 의식변화는 원하든 원치않든,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개인의 심리내에서 일어나게 된다. 그럼으로써 개인과 사회는 Homeostasis를 다시 회복된다.
즉, 위에서 언급된 인간성, 고독, 소외, 가족관계, 자녀교육등의 문제는 심 리적 차원의 문제이다. 다시 심리적차원을 능력, 지식의 측면과 정서, 인성의 측면에서 구분해서 볼 때 상기한 문제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측면 즉 정서와 인성의 적응문제와 관련된 성격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된 문제들은 주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 이미 부분적으로 노정되고 있는 문제로서, 이는 서구인의 인성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사료된다. 정보화사회는 정보와 이성을 축으로 구성되는 개인주의 사회이다. Toffler는 이러한 메마른 사회 출현에 대한 대웅 기제로 정서와 인간성의 결핍을 메꿀 수 있는 사회-문화-심리체계가 새롭게 생성될 것으로 예언하고 있다. 즉 그는 횡적 대가족제도의 출현, 삶의 의미 발견에 대한 관심고조 등을 예견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 특히 정보화 사회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변신을 요구하며 (산업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음) 이러한 변화요구와 변화에 대한 적응과정에서는 개인심리내에서의 갈등과 스트레스, 실패감 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구나 정보와 이성, 개인주의를 축으로 한 정보화사회는 그 구조의 내재적 성격상 갈등, 스트레스, 실패감 등의 완충에 기여하는 정서 및 인성체계의 발달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의 심리변화를 가속시킨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구문화권에서 나타나거나 예상되는 사회의 부작용은 혁명적 변화 자체가 부담시키는 적웅스트레스와 어느정도 관련되기도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화사회 자체의 특성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정서와 인성의 황폐화를 효율적으로, 대응적으로 메꿀 수 있는 문화-심리구조를 갖고 있지 못한 것에도 기인한다고 하겠다. 즉 서구문화의 주축인 개인주의, 이성주의, 상업주의, 정보화사회의 도래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이에 부응하여 메말라가는 정서와 인간성을 유지시키는 데는 부적합하다.
풍부하고 안정된 정서와 인성은 기본적으로 조기에 가족관계에서 형성된다. 인격의 형성에서 부모-자녀관계가 가장 중요시되는 이유는 외부와 자신을 조절하는 정서와 인성의 기본바탕이 신뢰와 결속으로 이루어진 가족관계에서 형성된다는 데에 있다.
정보화사회에서의 심리적 Homeostasis와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로 부상될 수 있는 것은 개인이 믿고(trust), 정서적으로 의존하고(depend on), 외부에서의 충격에 따른 신리내적 crisis를 완충시켜줄 수 있는(buffer), 가족과 같은 사람의 개인의 마음속에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21세기의 정보화사회는 공동체의 사회적 인관관계가 어려우며, 부모와 가족의 기능이 약화될 것으로 예측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불확정성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아 헤메야 하는데서 오는 실패와 좌절이 다반사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후자는 개인-사회의 Homepstasis의 회복을 위한 자기적응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행감, 고독감, 소회감, 자기 부적절감, 무력감 등을 수반할 수 있으며 전자는 이러한 자기내적 갈등과 심리적 부적응을 안정되게 완충시킬 수 있는 정서 및 인간관계 체제의 약화 또는 상실을 뜻한다.
이는 좌절과 상처는 많고 좌절을 위로 받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인간관계적 심리기제는 약화된 사회체제로의 변화가 정보화사회의 자체적 문법으로 내재되어 있음을 뜻한다. 흔히 정보화사회는 세계화를 촉진시켜, 각 문화간의 동질성이 형성될 것으로 관망한다. 그러나 19세기 서구에서 시작된 근대화가 동양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서구와 똑같은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정보화사회도 문화에 따라 발전 및 수용의 형태가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화사회는 기존의 문화가 송두리채 퇴각한 상태에서 진입되기보다는, 기존의 문화와 선택적 교환과 조정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Giddens(1991)는 세계와가 강하게 나타날수록 고유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는 변증법적 문화변동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정보화사회는 정보의 수집과 분석이 용이한 사회이기 때문에 반성적 사고가 과거에 비해 활성화되고, 따라서 변화의 선택과 조절이 용이하게 일어나는 것이 정보화사회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보화사회의 특성답게 이성적으로 반성적 사고가 활성화 된다고 해서, 감정에 뿌리를 둔 문화-가치체계를 이성으로 조절하는 일은 또 라른 문제이다. Giddens 자신도 현대인의 행동이 이성보다 감성의 지배를 더욱 많이 받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의식을 이성계와 감성계로
구분해서 볼 때 정보화사회가 크게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감성계보다는 이성계로 추정된다. 또한 인간의 생활가치 영역을 가정가치와 사회-직장가치로 구분할 때 정보화사회의 영향은 정서, 감정보다는 이성이 더욱 중요시되는 사회-직장가치 및 활동 영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앞 장의 서태지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들에 대한 분석에서 그들의 심리구조가 이중적임을 제시한 바 있다. 인간의 심리를 심층정서와 표면적 인식, 행동으로 차원화하고 다시 가족문화, 사회문화로 차원화할 때, 이들은 전자의 범주들, 즉 심층정서에 기초를 둔 가족-정서문화는 아직도 한국적 질의 성격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반면, 후자의 범주들 즉 표면적 인식행동과 사회 의식 문화에서는 서구적 정보화사회의 질적 특성을 다분히 함유하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서양에서와는 달리 전통적 심층 정서체계와 가족유대 및 규범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가정에서의 전통적 자녀양육 방식 및 사회화 방식이 현재에도 유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기본적 인성의 기초를 구축하는 데 있어 다른 문화권과는 비교가 안되는 심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한국에 귀화한 [김린] 이라는 외국인이 한국사람은 '속이 실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은 한국가정의 강한 결속력과 강력한 조기 부모-자녀간 attachment가 외부의 충격에 쉽게 상처받지 않는 심리적 완충지대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는 부단한 외부의 변화에 정서의 뿌리가 쉽게 흔들림 없이 자기를 지켜내는 힘이 한국인에게는 강하다는 것을 뜻하며, 이러한 힘은 한국인의 심층정서속에 안정감있게 자리잡은 한국적 정서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나와 남이 개별화된 서구의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독립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항상 긴장하고, 외부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대웅해야 한다. 특히 불확정성과 가변성을 속성으로 하는 정보화사회에서는 불가피하게 좌절과 실패가 다반사화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서양인들은 부단히 시련과 자기상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겠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급속히 일어나는 정보화사회로의 변화는 서구 선진국의 학자들이 예사했던 것보다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한국인들은 정보화사회를 마치 유토피아의 도래인 것처럼 낙관적 시각에서 수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엄청난 변화 자체를 이질감없이 마치 우리사회에서 내생적으로 생겨난 진화론적 변화 발전의 현상으로 착각할 정도로 개인과 사회의 변화조절이 부드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세계가 정보화사회로 법석을 떠는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정보화사회로의 변화에 이처럼 자연스러울 수 있는 것은 최근에 겪은 급격한 사회변동에 대한 체질화와 둔감화, 현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한 데서 얻은 자신감 등의 영향도 클것으로 판단되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인의 문화적 심리구조와도 무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된 ‘속이 실한’ 한국인의 정서구조와 더불어 서양인과 대비되는 한국인의 상황대쳐 양식과 事像정리체계와 유관할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인의 행동을 보자. 미국에 이민온 한국인들은 미국에서도 한국신문을 보고, 한국음식만 즐기며, 요즈음에는 한국의 비디오테이프를 마치 꼭 보아야하는 것처럼 시청한다. 지금 미국 교민사회에서는 [바람은 불어도]가 인기 절정이다. 그 내용은 전통적 대가족의 따뜻함을 드라마로 영상화한 것이다. 미국인의 시각에서는 미국화가 안됐다고 불평한다. 인격에 있어서 통일성, 일관성, 체계성을 정상인의 지표로 삼고 있는 미국인의 눈에는 개인주의 사회에 살면서 가족집단주의에 탐닉하는 한국교민의 이러한 행동은 통일성과 일관성을 결여한 행동으로 비정상시된다.
‘미운정, 고운정’ 이라는 말과 같이 서양인에게는 모순으로 보이는 두가지 事像을 동시에 수용하는 事像整理體制를 한국인은 가지고 있다. 신정과 구정을 함께 세는 신.구 사상의 수용에도 능숙하다. 서양의 능력급과 동양의 연공서열급제를 동시에 수용하는 문화의 다중성에도 익숙하다. 그런가하면 한국인은 상황에 따라 행동을 달리한다. 서양인에게 상황에 따른 행동의 변화는 일관성의 결여로 부정시되며 다중적 인격으로 평가절하된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소속정당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행동의 일관성 결여는 자신의 인격에 치명적인 하자를 만든다.
지금 한국인이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체험될 수 있는 모순과 갈등을 정체감의 상실이나 감정적 격동없이 자연스럽게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현상을 이어령교수와 김상일교수 (1992)의 개념을 원용해 설명하면 '퍼지형 사고구조'로, 심재룡교수 (1993)의 개념을 차용하면 '한국인의 종합성과 다원성의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III. 2020년대 청소년의 심리적 특성과 행동양식
2000년대 초에는 정보화문명이 우리의 가정 및 사회생활 전반에 깊숙히 침투 될 것으로 예상할 때, 이 시기에 한국 땅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어떤 심리적 특성을 갖게 될 것인가?
우선 Tofrler는 Andre Reszler(그 당시 유럽문화연구센타 소장)가 예견했던 '신인간(New Man)'은 과잉추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제3의 물결(정보화사회)에 따른 사회구조(생산체제를 비롯 제반 사회체제)의 혁명적 변화가 퍼스널리티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가져오나 그것은 '신인간'이 아닌 '새로운 사회적 성격(New Social Character)'일 것으로 예견하였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적 성격'은 '특정한 성격특질'을 다수가 공유한다는 의미이며, 그 특정한 성격특질은 정보화사회의 도래에 따른 사회체계의 변화 - 즉 자녀양육 및 부모 자녀관계, 일의 성격, 사회보상체계, 교육의 형태와 방식, 만족의 원천등에서의 변화 - 등에 수반하여 이에 적합한 성격 특질이 사회적 성격으로 육성, 부상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사회적 성격의 형성과 직접 관련된 정보화사회의 특성으로 성장환경의 변화, 작업환경, 변화, 새롭게 생겨나는 생산소비자(prosumer; 정보화사회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통합된다는 의미의 신조어로서 produc-tion과 consumer의 합성어) 육성, 환경과 미디어의 발달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확장 상황에서 증요한 과제로 등장하는 '자기재구성 (the configurat ive me)'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정보화사회의 사회적 성격특질을 이러한 특질은 조장하는 환경상황별로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성장환경의 변화
1) 가정에서는 현재와 같이 자녀를 중시해서 기르는 자녀위주적 양육이 약화되며 자녀의 성공이 부모에게 더 이상 대리만족의 원천이 되지 못한다.
2) 청소년기는 현재보다 짧아지며(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남), 많은 청소년들이 편부모 가정, 일하는 부 또는 모 밑에서, 안정성이 없는 가정경제 속에서, 현재와 같은 호사스러운 생활과 여유있는 시간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성장한다.
3) 또 일부의 아이들은 전자주택에서, 작업장화된 가정에서 성장한다. 이러한 가정에서는 청소년들이 조기에 가정작업장에서 일하게 되고, 따라서 지금보다 일찍이 책임의식이 발달하고 동료관계는 약화되며, 성취도는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가정내.외적으로 실업상태의 청소년도 적지 않을 것이며 이들은 오히려 청소년기를 더 연장시켜 나간다.
4) 학습은 정규학교 밖에서 더 많이 일어나며, 의무교육연한은 짧아지고, 사회교육이 증대된다. 이러한 성장환경의 변화는 동료집단의 압력 약화, 소비성향의 약화, 쾌락에의 몰입약화 등을 초래할 것이다.
2. 직업환경의 변화
1) 단순, 반복적인 작업은 감소되고 현재의 분업성 작업, 통합을 지향하고, 자유근무시간제, 자기 페이스식 작업 양식이 생겨나고 산업사회의 동시-연계작업제는 약화된다. 또한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게 되며, 다양한 제품, 변화되는 조직에 익숙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과 변화된 환경에 신속히 적응하는 능력, 책임있는 일처리능력 등을 요구한다. 산업사회와 정보화사회가 요구하는 작업자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대비된다. 前者에서는 기결정된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고전 음악가’라면, 後者는 그때 그때의 상황적 단서에 따라 자신이 연주하는 노래의 악보를 조정해 나아가는 '째즈임프로바이저'이다.
2) 미래의 직장에서는 금전적 인센티브 못지않게 책임있는 일, 신나는 일, 개성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선호하며 그들은 경제적 보상과 더불어 일의 의미를 추구한다. 동시에 임금이 일정수준에 오르면 그들에게 더 이상 임금은 동기화 요인이 되지 않는다.
3) 상사에 대한 무조건 복종은 감점 요인이 되며,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남이 동의하지 않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강점이 된다.
3. 생산소비자 가치관
1) 경제는 교환경제영역(산업경제체제)과 자가소비 생산경제의 두가지 형태가 공존한다. 이 두가지 경제영역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촉진시킴으로서 개인의 심리에 서로 다른 영향을 마친다. 전자는 소유의 가치관과 경제적 부가 곧 성공이라는 협의의 출세관을 육성시킨다. 후자의 생산소비자 체제에서는 스스로의 문제해결 및 자체적 욕구충족의 활동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많은 시련과 에너지를 이 부문에 투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생활의 양식변화와 더불어 이에 부응하는 사회적 성격을 창출하게 된다. 소유의 정도에 따른 사회적 계층화 못지않게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자기 스스로 만드는 능력, 적응 및 생존능력, 자기 주체적 성취력 등이 증요한 가치로 부상하게 된다. 동시에 단순한 성격보다 융통성있는 성격이 높게 평가된다.
2) 생산소비자 사회에서는 오늘날의 지식인이 행하는 추상화작업(머리를 쓰는 일)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당면하는 구체적 생활 현실에 직접 뛰어들어 몸으로 행하는 창작 및 문제해결 작업에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며 중요성을 부여한다. 또한 여성은 물론 남성도 가정 일에 더 많이 관여하게 됨으로 인간의 정서-주관적 심리 생활영역에 확장이 일어난다.
4. 자기재구성
1)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이 성격에 미치는 과정은 복잡하다. 미디어 혁명은 심리영역의 혁명을 가져온 산업사회의 중앙통제식 일방적 미디어 폭력은 제한적 역할 모델과 소수의 정형화된 가치관의 전파를 통해 '단선적 의식구조'를 형성시켰다. 그러나 앞으로 나타날 미디어의 탈대중화는 다양한 역할모델과 생활양식을 제공함으로서 다양한 가치판단 준거를 제시해 주게된다. 더구나 미디어는 패키지화된 정보전달이 아닌 정보조각들을 제시하게 됨으로써 시청자는 이들을 꿰메맞추어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이 필수가 된다. 이 과정은 스스로 자기를 구성(또는 재구성)하는 아이덴티티 형상화 작업에 해당된다. 이 과정에서 개성에 해당되는 자신의 개인적 고유성에 대한 인식이 일어나게 되며, 개성은 앞서 언급된 정보화사회의 개인화와 연계된다.
2) 특히 정보화사회에서는 정보전달자와 수신자가 구분되는 산업사회에서와는 달리 양자가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전환된다. 이러한 상황은 단선적 정체감이 아닌 복잡한 자기 이미지 형상화를 가능케하며, 이 과정에 우리는 여러 가지 자기 이미지의 옷을 시험적으로 입어보게 된다. 그럼으로써 개성의 차별화는 현재보다 현저히 활성화된다.
지금까지 위에서 Toffler가 제시한 21세기 정보화시대의 사회상과 인간상 내지 청소년상을 일별하였다.
그가 이미 인정한 것처럼 그의 이러한 추측은 확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으로의 전환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다. 일부 광고대행사 및 대기업에서는 선택적 근무시간제 및 휴가제, 자유복장제, 재택근무제, 집단적 사원연수제도의 폐기, 창안제도의 활성화, 위계성 조직의 파괴, 부서의 파괴 및 과제별 팀구성제도, 일관작업제도, 성과급제 및 인센티브패키지의 다양화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종업원의 의식구조도 개인주의화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의 분명한 현실은 그들의 심층정서구조 및 친분인간관계 구조는 아직도 전통적 한국문화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형동이나 공식적 상황에서의 행동은 정보화사회형을, 사적 관계에서의 정서 행동은 전통사회형의 인격을 동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Toffler는 한국인의 이 측면을 놓치고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한국인의 전통적 가족가치, 친밀 인간 관계 가치, 심층정서체계는 일반 사회적 가치, 직장 및 작업의식구조, 사회적 인관관계, 표면 의식체계보다 정보화사회의 영항을 덜 받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는 후자에서의 변화갈등과 변화에 따른 외적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역할과 더불어 안정된 사적 자아 및 자기정체감을 유지시킴으로써 변화에 대한 자신감과 수용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추정은 앞서 예시하고 언급된 한국인의 의식 및 인성구조에 기초하고 있다. 즉 한국인은 서양의 의식구조에서는 모순적인 사상과 의식을 서로 분리시켜(compartmental- ization),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정신적 기제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화사회의 요구에 개인의 인성이나, 정서적 의식구조가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는 전제는 동시에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두가지 가정과 전제에서 2020 년대의 한국 청소년의 의식구조와 가치관을 조망해 보기로 한다.
2020년대의 청소년은 오늘의 청소년과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본 심포지움에서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에 관심을 두고 주제가 선정되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차이점을 중심으로 필자주변의 대학원생들과 bra-instorming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정리해 본 결과 다음과 같다.
표 1.
청소면의 전통적 가치관 2020년대 미래 가치관 비교 : 대비를 중심으로
구 분; # 전 통 적 가 치 관; - 2020 년대의 가 치 관;
# 사람은 인격을 갖추어야한다. - 사람은 개성과 멋이 있어야 한다.
# 사람에게는 의지가 중요하다. - 사람에게는 창의성이 중요하다.
# 이성적인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 - 감성적이며 정열적인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
#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 사람에게 증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 고통과 인내는 인간을 성장시킨다. - 유연하고 융통성있는 사고가 인간을 성장시킨다.
# 사람은 신중하고 점잖아야한다. - 사람은 자신을 스스럼없이 표현해야 한다.
# 하고싶은 행동도 상대가 싫어하면 억제한다. - 날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행동한다.
# 덕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 개성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 보통사람이 가장 정상이다. - 보통사람은 정상이하이다.
# 색깔이 없는 사람이 좋다. - 색깔이 있는 사람이 좋다.
# 조화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사람이 존경스럽다. -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사람이 존경스럽다.
# 옷을 입을 때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 - 남의 시선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다.
# 음식점을 가거나, 쇼핑을 할 때 단골집을 선호한다. - 음식점을 가거나, 쇼핑을 할 때 편리한 곳을 간다.
# 나 자신보다는 집단이나 사회를 우선한다. - 집단이나 사회보다는 나 자신을 우선한다.
# 어른은 어른이기 때문에 존경한다. - 어른이라는 이유로 존경하지는 않는다.
# 괴짜는 고달프다. - 괴짜라고 고달프지는 않다.
# 군대와 같은 집단생활은 성격을 단련시킨다. - 집단생활은 개인의 능력을 위축시킨다.
# 외국인을 만나면 주눅이 든다. -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만난다.
# 사회생활에서 타인의 평가를 중시한다. - 타인보다 나 자신의 기호와 선호를 중시한다.
# 인생온 무난하고 안전하게 살아야 좋다. - 안전보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
# 크고 품위있는 집을 선호한다. - 편리하고 일하기 좋은 집이 좋다.
# 심각한 대화가 가치롭다. - 재미있는 대화가 가치롭다.
# 낯선 외국에 나가는 것은 고생이다. - 외국에 나가는 것은 즐거움이다.
# 절약은 미덕이다. - 나자신에게 필요한 일에 돈은 쓴다.
# 무엇이든 내 것이라야 마음이 든든하다. - 반드시 내 것이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 하기 싫은 일은 안해도 좋다.
# 감성적인 생활보다는 철학적인 사고. - 형이상학적, 철학적 생활보다는 감성적 생활이 더욱 재미있다.
# 젊었을 때 고생은 가치롭다. - 고생자체는 안할수록 좋다.
# 외식은 낭비이다. - 외식은 삶의 윤활유이다.
# 미래는 예측될 수 있다. - 세상은 변하므로 예측은 불가능하다.
# 역사와 과거는 우리에게 교훈적이다. - 현재와 미래의 생활은 역사와 무관하다.
# 돈은 차근차근 모으는 것이다. - 돈은 기회만 만들면 벌 수 있다.
# 돈은 고생한 만큼 버는 것이다. - 돈은 아이디어가 있어야 번다.
# 친구없이 흔자 사는 사람은 외롭다. - 친구가 없다고 외롭지는 않다.
# 비록 도움은 안되더라도 친구의 걱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걱정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이다.
# 친구가 잘못이 있으면 충고를 해주어야 한다. - 친구의 잘못은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처리할 문제이다.
# 친구는 의리로 사귄다. - 친구는 취미와 취향으로 사귄다.
# 친한 사람과 만나야 재미가 있다. - 모르는 사람과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 우정은 지속되어야 가치가 있다. - 우정은 반드시 지속될 필요는 없다.
# 술은 서로 권하며 마셔야 한다. - 술은 자기주량에 따라 마시는 것이 좋다.
# 친구는 많이 갖는 것보다 깊게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 - 친구는 폭 넓게 사귀어야 한다.
#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을 가려서 사귄다. - 필요한 사람을 사귀면 된다.
# 나와 유사한 사람을 좋아한다. - 나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
# 사람을 사귈 때 믿을 수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 사람을 사귈 때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를 보아야 한다.
# 직업은 남에게 존경받는 직업이 좋다. -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좋다.
# 직장을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직장을 옮기는 일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
# 직장을 택할 때는 품위를 중시해야 한다. - 직장을 택할 때 품위는 그리 중요치 않다.
# 직장생활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 직장생활은 필요할 때만 하면 된다.
# 한사람은 한 직장에 속해야 한다. - 한사람이 여러개의 직장에 속할 수 있다.
# 미혼자가 기혼자와 결혼하는 것은 수치이다. - 기혼여부는 결혼에 중요한 조건이 아니다.
# 여성은 여성다와야 하고 남성은 남성다와야 한다. - 남자와 여자의 특성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중요치 않다.
# 사랑에는 정신과 영혼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 정신과 영혼이 깃들지 않은 사랑도 있다.
# 연애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도덕이다. - 연애과 결혼은 구분된다.
# 능력이 있어도 때와 기회가 맞아야 성공한다. - 때와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이다.
# 미래의 성공을 위하여 오늘의 행복은 희생할 수 있다. - 미래의 성공보다는 오늘의 행복이 중요하다.
# 행복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구성된다. - 행복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이다.
# 정상적인 사람이면 결혼하고 자식을 두어야 한다. - 독신생활을 하는 사람도 정상이다.
# 듬직한 남편이 좋다. - 재미있는 남편이 좋다.
# 현모양처가 좋다. - 톡톡튀는 부인이 좋다.
# 남자는 출근을 해야 한다. - 남자라고 반드시 출근할 필요는 없다.
# 자식과 아버지간에 거리가 있다. - 자식과 아버지는 동료관계처럼 가깝다.
Ⅳ. 맺음말
위의 표에서 어떤 가치관이 더욱 가치롭다거나 바람직하다는 것은 펑가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가치관은 다만 그 시대 상황에서 생겨나고 존속할 따름이다.
전통적 가치관에 대해 현대인이 만족과 불만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가치관에 대해서도 미래사회는 만족과 불만족을 동시에 경험할 것이다.
더구나 미래의 청소년을 현재의 시각에서 의지력이 약하다거나 이기적이다라는 평가는 30년전의 노인이 현대의 문화를 그 당시의 시각에서 평가하는 어리석음과 같다.
위에서 제시된 가치항목들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이제 앞으로 이러한 추측이 얼마나 맞을까보다는 틀릴까를 보다 과학적으로 검토해 보며 더나아가 가치항목을 개정내지 확대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의 가치는 미래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록 미미한 추측의 단서라도 건져보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싶다.
참고 문헌
김 상일(1992). 퍼지와 한국문화 : 퍼지바람과 신바람의 만남. 전자신문사.
심 재룡(1993). 철학과 현실 : 한국문화의 독자성을 논한다. 철학문화연구소, 15-27.
이 어령(1996). 한. 중. 일 전문가 '동아시아 문명진단' . 조선일보. 1995.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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